어제 길을 지나던 중이었소.
길가 담벼락 너머로 막 피어나던 목련이 내게 말을 걸었소.
아프지 마라, 아프지 마라.
내가 아팠던 건지 아닌 건지는 잘 모르오.
다만 목련이 나한테 그렇게 말 했다는 것 뿐.
햇살에 눈을 찌푸린 내가 찌푸린 얼굴로 목련을 올려다보았을 때.
세상에, 세상에, 세상에
목련은 막 꽃봉오리를 밀어내고 있는 중이었소.
세상에, 이 세상에 꽃을 피워내려 안간힘을 쓰는 목련 보다 더 아픈 것이 어디 있단 말이오.
그런데도 나 더러 아프지 말라 하더이다.
자기가 더 아프면서.
목련이 내게 주는 그게 무엇이오.
그 아픈 목련이 내게 하는 위로의 말이 도대체 무엇이건데
내 마음이 이렇게 따뜻해지더냔 말이오.
줄리:
나는 내가 항상 어중간하다고 생각했어요
어중간한 키
어중간한 얼굴
어중간한 몸
학교 때는 어중간한 성적에 연기는 또 어중간한 연기
의식주도 그저 중간은 가는 중산층, 거기다가 사랑마저도 그냥 어중간하면
나 너무 비참하지 않나요?..
아저씨는 아저씨가 어디에 있는 지 알아요?
난 내가 어디에 있는 지 정확히 알아요. 나도 내내 빛따라 왔으니까.
난 내내 오필리어 따라 왔으니까
제가 여기로 왔는지 무언가가 나를 여기로 떠민 건지 잘은 모르겠습니다.
저는 그저 여기 이 혜화동 뒷골목, 이 사람들이 심어 놓고 간 나무들 옆에
또 한 그루의 나무를 정성스럽게 심고 있을 뿐입니다.
나무를 심은 사람들과 함께, 추억의 이름으로..
석동:
저는 오늘부터 세상의 모든 어중간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낼겁니다.
이름 없는 꽃은 정말 이름 없는 꽃이 아닙니다.
우리가 아직 그 이름을 찾아내지 못했을 뿐
그 꽃들도 분명 향기를 뿜고 벌 나비를 유혹했을테니까요
아직 제 이름을 찾지 못한 모든 꽃들의 향기가 오늘 하루 종일 코끝을 찔러댔습니다.
향기에 취해서 제일 먼저 제가 있는 자리가 어딘지 확인해주고 있는 이 줄리에게
줄리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냅니다.
연극, 줄리에게 박수를..
p.s.
사람도 장소도 아닌 연극이 그립습니다. 매우 매우 보고 싶은 '줄리에게 박수를...'
이 멋진 연극이 어떻게 이다지도 외면 받았을까요.
언제나 한번 더, 또 한번 더 보고 싶은 '줄리에게 박수를' ...
Posted by winDy